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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따뜻해지는 소중한 경험

방사선종양학과 내곡동 연탄봉사

무제

2018년부터 연탄나눔 봉사활동을 해온 강남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가족들이 2019년 11월에는 강남구 내곡동에서 2,000장의 연탄을 나누었습니다. 마을은 건너편의 화려한 고층빌딩과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비닐하우스에 나무판자로 덧댄 작은 집 사이로 담요가 가까스로 바람을 막고 있었습니다. 연탄이라고 하면 고기 구울 때 고기 맛을 돋우는데 쓰이는 정도의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 젊은 세대에겐 추운 겨울을 나는 연료로 쓰일 연탄을 배달하는 일이 조금 생소하겠지만 비싼 기름값, 가스요금 때문에 아직도 연탄을 때는 가정이 있습니다. 일상에서 보기 힘들어진 연탄이 이곳에서는 겨울 필수품이었습니다.

무제

방사선종양학과 가족들은 오전 10시에 집결하여 준비해온 앞치마, 토시, 목장갑, 우비와 마스크를 배분하고, 가벼운 준비운동 후에 본격적으로 연탄을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배달해야 할 연탄이 많이 쌓여있었지만, 하루 힘을 보태 어려운 분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며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연탄 한 장의 무게는 3.6kg으로 갓 태어난 아기 몸무게와 얼추 비슷합니다. 수치로만 보면 그 무게감이 크게 와 닿지 않지만 직접 들었을 땐 무게가 상당했습니다. 한 장이라도 깨면 안 된다는 심리적 압박감도 더해지니 연탄이 더욱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연탄을 받은 가정마다 할머니 할아버님들이 고맙다고 눈시울을 붉히실 때 마다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습니다.

연탄을 안전하게 배달한 후 저절로 박수가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몸은 천근만근이었어도 마음만큼은 따뜻했고 날아오를 듯이 가벼워졌습니다.

글. 신동봉 팀장(강남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팀)

 


 

배우고, 섬김을 받았던 8일

태국 우본라차타니 봉사활동

지난 2020년 1월 8일~16일, 8일간 태국의료선교봉사를 다녀왔습니다. 작년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아들과 함께 참여했지만 올해는 총무 역할을 맡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총무 일을 감당해야 할지 잘 몰라 두려웠지만 하나님께서는 저의 부족함을 아시고 협력하는 사람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작년에 함께한 선생님들이 다시 지원했고, 특히 단장님과 목사님이 제가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윤영원 단장님을 필두로 23명과 자원봉사자 8명은 1월 8일, 태국에 도착했습니다. 후끈한 열대기후를 느낄 틈도 없이 우리는 짐을 싣고 대형버스를 타고 우본라차타니(연꽃이 만개한 왕의 땅)를 향해 달렸습니다. 작년에는 비행기로 이동했는데 공항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게 비효율적이어서 이번에는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팀원들은 버스를 타자 잠들었지만 저는 편하게 쉴 수가 없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9시간을 간 다음 다시 2시간 30분을 이동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무제

일과를 간단히 소개하면, 6시에 일어나서 경건회 시간을 갖고 간단한 아침식사를 합니다. 진료준비를 하고 진료 장소로 이동합니다. 오전 진료(3~4시간)를 끝내고 점심시간을 보낸 후 오후 진료(3~4시간)를 합니다. 이후 숙소에 도착해 저녁식사를 하고,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평가와 내일 있을 진료에 대한 의논으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저희 팀은 총 일곱 번에 걸쳐 550여 명의 환자들을 진료했습니다. 적지 않은 환자였지만 최선을 다해서 진료하는 선생님들과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들을 완수해 나가는 모습들은 매우 감동스러웠습니다. 저는 부족한 곳을 살피면서 현지 선교사님들, 팀원들과 소통하며 원활한 진행이 이루어지도록 했습니다. 특히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점검하는 것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당초 진료를 하기로 한 송용자 선교사님의 선교지는 출발 며칠 전에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곳 보건당국의 진료 불허로 저희들은 단장님 이하 두세 분이 강의를 하기로 했는데, 허종기 치과원장님이 혹시 모르니 진료가방은 갖고 가자고 했습니다. 처음엔 대상이 교회 교인들 및 마을 주민들이라고 들었지만 막상 가보니 끄라비 앙쿠어플루낭 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 저희들은 당황했지만 가져간 치과진료가방으로 아이들에게 치과 불소 치료를 해줄 수 있었습니다.

보건당국의 반대로 치과 불소 치료도 못할 뻔했지만 단장님이 ‘이것은 위험한 것이 아니고 아주 안전한 것이다!’라며 시범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를 본 보건당국 관계자가 허락해서 치과 불소 도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태국의료선교봉사를 통해 내가 아무리 준비를 한다고 해도 하나님이 움직이시지 않으시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또한 준비가 안 되어 있어도 하나님께서 하신다면 꼭 필요한 사람들을 보내주시거나 적합한 환경을 이루어 주시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분이나 믿지 않으신 분들이나 모두 하나 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돌이켜볼수록 태국 우본라차타니에서의 8일은 봉사하고 섬겼던 게 아니라, 오히려 배우고 섬김을 받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글. 김영주 의료기수(강남세브란스병원 병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