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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나눔의 가족사

연구기금 기부, 혜전대 이재호 명예총장

이재호 명예총장
이재호 혜전대 명예총장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얼굴이 있습니다. 이재호 혜전대 명예총장에게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얼굴이 그렇습니다.

“부친께서는 먹고사는 걱정 없게 해주셨고, 조부께서는 평생 지니고 가야할 철학을 남겨주셨습니다.”

충남방적 창업주, 선친의 교육 열정

충남 홍성에 위치한 혜전대는 선친인 청운(靑雲) 이종성 선생이 1981년 설립했습니다. 청운 선생은 40대 후반 공직을 그만 두고 1970년 충남방적을 창업해 국내 최대 방적회사로 키웠습니다.
국내 최초 산업체 부설학교로 1973년 천안공장에 청운여고를 설립했고, 이후 예산, 대전 공장에도 학교를 운영했습니다. 이른 나이에 생업전선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직원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학교 재단이사장이었지만 학교운영에 관여하지 않고, 고향 후학들이 낮은 수업료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청운 선생은 이후 종합대학교 설립도 추진해 1995년 청운대학교를 설립하고, 안타깝게 그해 12월 72세의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무제
비오는 날, 혜전대 본관 앞에 있는 창립자 청운 이종성 동상 앞에서.

선친이 타계한 후 이재호 명예총장은 45세에 1998년 혜전대 총장으로 부임합니다. 연세대 생화학과 72학번인 이재호 총장은 충남방적에서 근무하다 선친의 유지를 잇습니다. 2018년 정년퇴임 전까지 의욕적으로 많은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특히 해외 교육기관과의 결연사업을 통해 학생들이 시야를 넓히고 전문성을 키우는 데 힘썼습니다.

“실력이 있어서 총장이 된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젊은 나이에 총장이 되어 의욕이 넘쳤던 것 같아요.”

이 명예총장의 겸손한 말과 달리, 전문대로는 전국 최초로 조리과(1988년), 제빵과(1996년)를 설립한 혜전대학은 미국 제빵학교 (AIB) 및 해외 조리학교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조리 및 제빵분야 명문 전문대로 성장했습니다. 이곳을 거쳐 간 많은 인재들이 관련 산업현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환자들에게 기회가 닿기를’

이재호 명예총장에게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모교의 병원이라는 점 외에도 건강지킴이라는 인연이 있습니다. 바쁜 학교일로 제때 건강을 챙기지 못하다 2007년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등진 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정기점진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2015년 담낭에 문제가 생겨 제거수술을 받게 됩니다. 그때 집도한 의사가 윤동섭 현 강남세브란스병원장입니다. 무사히 위기를 넘긴 고마움이 항상 맘속에 있었습니다.

“2018년에 윤 선생님이 원장에 취임하셨다는 소식을 들었고, 올해 기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건강위기를 극복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런 기회가 올 수 있도록 의료연구에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총장의 기부금은 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기금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이런 마음들이 모아져 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의 빛이 전달되리라 믿습니다.

무제
조부 이기세 선생이 후손에게 남긴《우와일기집》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이재호 명예총장이 책 한권을 꺼내보였습니다. 조부이신 우와(又窩) 이기세 선생이 쓴 일기집입니다. 1903년생인 우와 선생은 1950년대 충남도지사를 역임했고, 청백리의 사표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연대기별로 개인일, 집안일, 국가적인 사건을 꼼꼼히 기록해《우와일기집》이라는 책을 후손에게 남겼습니다. 이 총장은 몇 년 전부터 가슴에 와 닿는 문구가 있다며 책을 펼쳐보였습니다.

“모든 도민의 맘에 들게 할 수 없다. 내 마음에 부끄러움만 없었으면 한다.”

이재호 명예총장의 겸손한 말투와 온화한 표정, 선친이 교육에 심혈을 기울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3대의 삶이 ‘부끄러움이 없었다’는 것도….